2(2). 까만 아저씨 인사말이라고 하기엔 좀 갑작스러운 고백이었다. “어떻게?” “인터넷에 선생님 사진이 떠돌던데요.” “참 무서운 세상이네요.” 아이는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조금 전까지 수사 관계자에게 들은 말과는 정반대였다. 우린 금세 친해졌다. 그 나이대 여학생답게 꽤나 쾌활하고 수다스러웠다. 섬세하게 상대를 살필 줄 알았고,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
2(1). 까만 아저씨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가랑비는 오늘따라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물기를 털며, 난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릴 동안 뒤를 바라보았다. 길거리엔 사람들로 바글댔다. 퇴근 시간에만 볼 수 있는 주택가의 진귀한 풍경이었다. 나는 걸쇠가 풀리는 소리가 나자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제습기를 돌렸는지 상쾌한 공기가 피부를 파고들...
1(5). 목격자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이야기를 멈추고 싶어도 앞에선 그가, 뒤에선 그녀가 버티고 있었다. 흐름이 끊기는 순간 영영 입을 다물리란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래서 심리를 잘 아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피곤하다. “그 집엔 어떻게 들어간 거야?” 등받이에 몸을 쭉 늘어뜨린 그녀가 노래하듯 물었다. 나른한 숨과 함께 특유의 장난스러운 ...
1(4). 목격자 그는 탁자에 쿠키 바구니를 내려놓은 뒤, 바지 무릎을 가볍게 접어 올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태도를 보니 우리가 오기 전 이 신문 기사를 읽은 모양이었다. 멋지게 꾸며 지친 얼굴은 가렸지만, 꽤 힘든 모양이었다. 하긴 그 정도 위치에 오르면 쉽게 생각을 드러낼 수 없겠지. 맘 놓고 화내지도 못하는 씁쓸한 미소를 보니 안쓰러웠다. 그래도 ...
1(3). 목격자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우린 그야말로 만신창이었다. 그나마 그녀는 카디건에 가려지지 않은 부분만 젖었지만,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난리였다. 물에 빠진 생쥐가 형님이라 부르며 달려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복슬복슬하던 머리카락은 뺨에 찰싹 달라붙었고 코와 턱에는 굵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사용인이 미리 준비해둔 슬리퍼는 걸음마...
1(2). 카세트의 소음은 기억과 섞이더니 이내 빗소리를 닮아갔다. 여자의 서재는 곧 그날의 어둡고 습한 차 안으로 변했다. 웅웅, 머리를 울리는 자동차 엔진 소리와 철판을 때리는 돌멩이의 파열음 사이로 희미하게 두 사람의 숨소리가 들렸다. 코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두껍게 휘감은 목도리가 내 목을 조르고 눈을 가렸다. 나는 온갖 짜증을 내며 손가락으로 천을...
1(1). 목격자 밝은 저녁노을이 서재를 훤히 비췄다. 잔잔한 바이올린 연주와 카세트테이프가 돌아가는 소리가 은은하게 공간을 채운다. 커다란 책장이 붙은 벽에는 다양한 주제의 책이 줄 서 있고, 그 아래 한 귀퉁이에는 제각각 다른 회사의 신문이 쌓여있었다. 마호가니 책상 위에 뒹구는 잡동사니와 서류 뭉치는 정리된 서재에서 유일하게 흐트러진 물건이었다. 물론...
NOTICE 전체적으로 화재와 방화,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으로 나옵니다.상해, 시신 묘사 등이 존재합니다.
1(1). 밝은 저녁노을이 서재를 훤히 비췄다. 잔잔한 바이올린 연주와 카세트테이프가 돌아가는 소리가 은은하게 공간을 채운다. 커다란 책장이 붙은 벽에는 다양한 주제의 책이 줄 서 있고, 그 아래 한 귀퉁이에는 제각각 다른 회사의 신문이 쌓여있었다. 마호가니 책상 위에 뒹구는 잡동사니와 서류 뭉치는 정리된 서재에서 유일하게 흐트러진 물건이었다. 물론 이곳에...
마네킹 호텔의 비밀 01. 나는 커다란 대리석 꽃의 납작한 꽃술 한가운데 서 있었다. 오랫동안 눈을 깜빡이며 허공을 멍하니 응시했다. 마치 태어난 순간부터 난 이 자리에 벗어난 적 없는 존재처럼 너무나 편안하고 익숙했다. 숨을 들이마시자 근처 바닷가의 차가운 비린내가 코끝을 쿡쿡 찔렀다. 팔다리가 천에 스치며 나는 소음부터 가슴팍이 오르내리며 나는 소리까지...
05. 파티가 시작된 지 이틀 후, 모임에 참여했던 손님들이 돌아갔다. 음악과 수다로 요란스러웠던 저택은 고요해져 희미한 생활 소음과 소곤거리는 말소리만 들렸다. 나는 그제야 온종일 달고 살던 향수병을 그나마 멀리할 수 있었다. 귀를 찢는 재즈 소리도 없고 뇌를 녹이는 달달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겨우 찾은 자유로움에 기지개를 켜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오랫...
04. 증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졌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식은땀이 나고 팔다리는 어딘가에 묶여 매달린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들리지 말아야 할 소리까지 들려 머리가 웅웅 울렸다. 나는 손을 더듬어 아무것이라도 잡아보려 했지만 허공뿐이었다. 눈앞엔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보였다. 버거울 만큼 예민해진 오감 탓에 어지럽고 구토가 올라왔다. 꿈을 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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